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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실태] 배고픈 아이들 ①
글쓴이 : 김인희 날짜 : 2004-05-28 (금) 10:51 조회 : 1319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식권 타느니 굶을래요”



◆ 가난한 아이 '낙인'은 죽기보다도 싫어서 점심 안먹은지 한달째
권민희(여·15·중학교 3년·서울 개봉동)양은 점심시간만 되면 슬그머니 운동장 구석 나무 뒤로 발걸음을 옮긴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 급식비를 낼 돈이 없기 때문이다.

민희는 지난 20일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어본 게 한 달도 넘었지만 학교에 급식 지원 대상이라고 알리기는 죽기보다 싫다”고 말했다. 올 1학기 초 담임교사가 민희를 교무실로 불러 “급식 지원 대상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민희는 “필요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했다.

어머니 없이 정신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사는 민희가 학교의 급식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 당시 민희는 방과 후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에 다니고 있었다. 학교에서 미술 숙제로 그려온 포스터를 본 담임교사가 “네가 그린 게 아니라 공부방 선생님이 대신 해준 것 아니냐”며 아이들 보는 앞에서 찢어버렸다. 민희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엄마 아빠가 도와줬는데, 나는 공부방 선생님이 도와줘서 그런 일을 당했다”며 “그때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학교에 내 처지를 알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민희는 방과 후 동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나가지만 친구들에겐 보습학원에 다닌다고 말한다.

정부나 학교의 형식적인 결식아동 지원정책이 아이들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식아동 지원은 보호받는 아동이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세심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일부 교사는 결식아동을 공개적으로 호명하거나 급식 지원 대상자를 교무실로 불러 노출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성우(15·중학교 2년·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군도 그런 상처를 받았다. 성우는 ‘식권맨’이라는 별명이 제일 싫다. 올 1학기 초 담임 교사가 교실에서 “식비 면제 대상자는 손 들라”고 공개적으로 물어봤기 때문이다. 성우는 그 말을 듣고 손을 들었다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식권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성우는 “햄이며 계란말이가 든 도시락 싸오는 친구들이 왜 나한테서 식권을 뺏어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수네는 신문 배달을 하던 아버지가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일자리를 잃은 뒤 현수에게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고 있다. 성우는 “김치 반찬뿐이라도 좋으니까 급식 지원 안 받고 다른 아이들처럼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왜 너만 식권받냐" 급우들에게 놀림받아 어떨땐 안먹고 모아둬

같은 학교 2학년 한영기(15)군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식권을 받는데, 친구들이 ‘왜 너만 그런 거 받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게 너무 싫다”고 말했다. 영기는 한 달에 한번씩 교무실로 가서 담임교사에게 한 달치 식권 22장을 받아온다. 영기는 “식권을 깜빡 잊고 안 가져온 날이면 식사를 거르기도 한다”고 했다. 민우가 두 달 동안 ‘안 먹고 모아둔’ 식권이 20여장이나 된다. 영기는 “식권은 매일 비슷한 음식만 나오는 학교 식당에서만 쓸수 있어서 먹기가 지겹다”고 했다.

김희수(여·15·중학교 3년·서울 금호동)양도 학교에서 급식을 받지 않는다. 중풍으로 몸져 누운 할아버지와 부정기적으로 파출부를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희수가 동사무소에서 지원받는 돈은 한 달에 30만원 남짓. 할머니가 “선생님께 말만 하면 공짜로 점심을 주는데, 그게 뭐가 어렵냐”고 호통도 쳐봤지만 희수는 “급식 지원을 받는 게 알려진 아이들은 ‘왕따’가 된다”며 “나도 급식 지원을 받으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고집을 피우고있다.

(진성호 편집국차장대우 shjin@chosun.com ) (이동혁 국제부기자 dong@chosun.com ) (박민선 정치부
기자 sunrise@chosun.com ) (박돈규 문화부기자 coeur@chosun.com ) (방준오 문화부기자
juno@chosun.com ) 이지혜 사회부기자 wigr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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