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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아동학대의 두 얼굴
글쓴이 : 실습생한지혜 날짜 : 2005-08-02 (화) 16:23 조회 : 1465
[조선일보 2005-07-05 21:17]

[조선일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선행 속에 감춰진 비밀! 수경사의 두 얼굴’ 보도 직후 성난 여론의 한 갈래는 우리 신문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버려진 아기를 돌봐온 미담으로 수경사(寺)를 보도했던 기자는 ‘죄송한 마음뿐인 수경사 취재’라는 칼럼을 써야 했습니다.

기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심적 고통 못지않게 우리 신문의 신뢰도는 중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우리 내부에서는 독자에게 보다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이 사안의 진실이 무엇이며,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됐는지, 이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지난 일주일간 우리는 원점에서 이를 재조사했습니다.

해당 기자는 연초 조계종의 한 관계자로부터 “혹 기삿거리가 되지 않을까”라며 수경사 미담을 처음 듣게 됐습니다. 정작 그의 실수는 취재 대상과 관련된 주변의 반응을 사전에 살피지 않은 데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수경사를 둘러싼 소문이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통상 기자는 시간에 쫓기거나 혹은 지쳤다는 이유로 곧장 목표를 향해 달려갑니다.

일부 취재원은 자기 위주로 말을 꾸밉니다. 기자는 항상 속아넘어갈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는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모두 함께 속는 데 있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취재원의 부도덕성에 물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자가 져야 할 몫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가입할 보험도 없습니다.

이런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면 비판적 자세로 따지고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의혹 있는 인물에게는 이런 능력이 십분 발휘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행의 주인공 앞에서는 곧잘 무너집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들에게 빚진 감정이 내심 작용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SBS 보도는 기자의 검증 임무를 새삼 일깨워주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 또한 사실과 주장의 혼동, 양육 방식과 아동 학대에 대한 이해부족, 잠입취재에 의한 유도질문 등 몇 가지 오류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의 거센 물결은 사안의 실체에 대해 더 이상 따져보는 걸 어렵게 만듭니다. 검찰이 두 차례 보강조사를 지시하자, “방송을 통해 증거가 나와 있으니 당장 잡아넣어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당초 여승의 변호를 맡기로 했던 법무법인은 깜짝 놀라 황급히 손을 떼고 물러났습니다.

SBS 보도는 일부 자원봉사자의 신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전직여교장·교직원·주부 등 우리가 만난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방송과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모르고 있는 것일까?”라고 물었습니다.

“아동 학대가 아니라 땀띠가 안 생기도록 아기를 뜨거운 물에 씻겼다. 온도가 50도였다면 목욕시키는 우리가 손을 못 담갔을 것이다. 스님이 바깥에서 방문을 잠글 때 낯설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아이들 속에서 혼자서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혀 보면 이해가 됐다. 한 자녀만 낳아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런 양육방식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작년 중반 조계종 호법부(護法部)도 수경사를 조사한 후 “아기들에게 소홀한 점은 있으나 학대 사실은 찾기 어렵다”고 결론내린 적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라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영아 입양 거래 의혹도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아기들의 인권은 마땅히 살펴야 하지만, 그 여승의 삶도 결코 경솔하게 다뤄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보식·컨텐츠업그레이드실장 [ cong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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